그래도 뷔페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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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 이곳 원주에서는 제법 잘 알려진 뷔페식당이 있습니다. 값비싼 호텔식 뷔페는 아니고 그냥 서민대상 일반 가정식 뷔페입니다. 흰밥 잡곡밥 그리고 반찬가짓수가 한 30여 가지 정도 되는 것 같고.. 시래깃국 미역국 그리고 즉석 잔치국수 지금 같은 여름에는 콩국수 그리고 호박죽.. 소고기는 없지만 돼지고기와 닭고기요리 단 호박 튀김 등과 잡채 등이 메뉴이고 식후를 위한 식혜와 수정과 등이 차려져 있는지라 늘 사람들이 북적이는데 그 첫째 이유는 바로 5천원이라는 가격입니다.
손님들의 유형은 한 눈에 보기에도 ‘모처럼 맘먹고-’ 뷔페에 온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때가 되어 ‘밥 먹으러 온-’ 사람들입니다. 넥타이 부대로 인근 직장인들, 아기를 안고 업고 온 엄마들, 페인트 묻힌 옷의 노동자.. 나이 드신 어르신들.. 그냥 늘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수수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도 저기 가서 점심 먹을까..”
볼 일이 있어 근처에 나왔다가 점심때가 되었는데 길 건너에 그 식당이 보이는 지라 아내에게 한 말입니다. 그렇게 우리 둘도 ‘수수한 사람들-’ 틈에 끼어 자리를 잡고 밥을 먹었습니다. 마음껏 골라 먹는 음식 가격이 5천원이라... 옛 생각이 폴~폴~ 피어오릅니다. 1960년 대 중반 즈음..
“야, 한 번 돈 내고 들어가면 암만 먹고 또 먹어도 상관없는 식당이 시내 아무 아무 호텔에 있대- 불고기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고 맛있는 서양음식들도 식탁마다 한 가득씩 쌓여있대-”
“밥값이 얼마래? 아무나 들어 갈 수 있대?”
“돈만 내면 아무나 들어간다는데- 얼만지는 잘 모르겠고.. 엄청 비싸겠지 뭐..”
지금은 다들 ‘뷔페’라고 하지만 그때는 그냥 ‘부페’라고 했는데 당시에 누렁코를 흘리며 허술하고 후줄근한 골목 안에서 딱지치기 술래잡기를 하며 놀았던 제 또래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장소’였지요. 정말 그런 곳이 있을까.. 한 번만이라도 거기에 가봤으면 얼마나 좋을까.. 골목길을 다니던 철칵-철컥 가위질 소리 엿장수와 “뻔-뻔-” 번데기 장수 주변으로- 그리고 연탄불을 놓고 앉아서 국자에 흑설탕을 녹여서 뽑기를 만들어 주던 아저씨 곁으로 오그르르 몰려 앉자 바라보고 있던 시절... 그때 한 개 10원짜리 ‘삼립크림빵’이 나왔었던 때이던가..? 단 것이 무척이나 먹고 싶었었는데...
엄마 아버지가 누구 결혼식에 갔다가 들고 오셨던- ‘답례품 찹쌀떡’이 생각납니다. 기다리고 기다렸다가 받아 들고서는 꿀꺽 침을 삼키며 풀어헤치면 하얀색 분홍색 찹쌀떡이 열 개 정도 들어있었지요. 그땐 ‘모찌떡’이라고 하였는데 일본말 우리말 합성어이지요. 아무려면 어때- 앙- 하고 한 입 베어 물면... 아...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것이... 쯧, 그렇게 단 것에 대한 욕구를 어쩌다 드물게 충족시키곤 하였습니다. 그렀던 당시에 최고의 맛과 소망 그 이름도 찬란한 ‘불고기’도 마음껏 실컷 먹을 수 있는 곳이라니...
작년이던가.. “뷔페에 가서 실컷 먹는 게 어때?” 하는 말을 어떤 모임에서 들었지만 별 감흥이 없었지요. 오히려 속으로 ‘뭘 그렇게 많이 먹겠다고.. 굶고 사나...’ 쯧, 혀를 찼는데- 참 격세지감입니다. 그래요 지금은 먹을 것이 크게 귀한 시대는 분명 아닙니다. 참 다행이고 그래서 더 더욱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이 자꾸만 생각나는 것이겠지요...
눈앞에 놓여있는 5천 원짜리 뷔페차림... 반찬 가짓수가 많기도 하구나 지금 이 차림을 그대로 60년대 어느 날 서울 변두리 어느 집으로 가져다 놓을 수만 있다면- 대단한 ‘잔칫상’이 되겠지... 그때 언젠가 내 생일날이 되어 엄마는 시장 정육점에 가서 ‘고기 반근’을 사오셨지.. 그리고 미역국에 넣고 푹-푹- 끓여서 네 식구가 둘러앉아서 너무나도 맛있게 냠냠 먹고 후루룩 마시기도 하였지... 지금도 정육점에서 ‘고기 반근’을 주문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그때는 ‘반의 반근’도 주문했고 또 채 한 점도 되지 않을 것인데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저울에 달아 주는 것을 받아 왔지만 전혀 부끄럽지 않았지- 아무려면 어때 어쨌거나 고기국물에 밥 말아 먹을 건데- 뭐... 쯧..
지금은 짜장면이나 칼국수 한 그릇도 5천원을 넘어서는 시대가 되었는데.. 여전히 그 5천원으로 ‘실컷- 마음껏- 양껏-’ 그리고 에-잇! 좀 상스럽기는 하지만 ‘배 터지도록-’ 먹게 하여주는 곳이 있다니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남는 것이 있으니까 장사를 하는 것이겠지요. 뭐..”
그래.. 그렇기는 하겠지만 나는 어쩐지 감사하고 왠지 모를 고마움이 올라오는구나... 자 그럼 마음껏 먹어 볼까? 허허. 그러나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이겠지요. 그저 가볍게 담아 온 한 접시로 만족하게 되고 믹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일어나게 됩니다. “거봐, 그래서 옛 어르신들 하신 말씀이 틀리지 않지.. 이빨 좋을 때에 많이 먹으라고.. 근데 그때 이빨 좋을 때에는 뭐 지금처럼 먹을 게 있었어야 말이지.. 휴...” 또 저기 먼 하늘을 바라보게 되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 생겨난 버릇인 것 같습니다.
산골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