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3불원칙'은
고종의 '아관파천' 데자뷰?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의 협상에 3불 원칙을 표명했습니다. 이것이 국제 역학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뭇 두려워집니다. 북한 핵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표면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중국의 품으로 안겨버리는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 정말 바람직한 선택인지 고민해봐야 할 일입니다. 강대국간의 세력싸움에서 그 경계선에 있는 약소국은 그 행동 하나 하나가 국가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지향점은 한반도에서 절대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임을 잘 압니다. 그런데 중립 혹은 균형자 역할만이 그 해법일까요? 과거 조선말의 고종처럼 국제정세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시쳇말로 간에 붙었다 쓸개 붙었다하는 일을 되풀이하다가 똑같은 비운의 운명을 맞이할 수 있음을 두려워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구한말 고종이 둔 정치바둑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영국은 극동까지 진출하지만 이곳까지 군대를 보낼 여력이 없자 일본과 동맹을 맺어 무장시킵니다. 일본은 처음에는 저항했지만 그 힘의 규모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자세를 낮춰 신문물을 받아드렸습니다. 영국은 러시아의 남하를 막기 위해 일본만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해양 저지선이 일본이라면 육지 저지선은 조선이었기에 영국은 조선의 문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당시 조선은 서양세력에 대해 끝없이 의심만 하며 다른 세상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공부할 생각을 안하고 우물안에 갇혀있으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청나라 눈치만 보다가 점점 청,일,러라는 세력싸움의 중심에서 균형을 잡으려고만 했을 뿐이죠.
일본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았고 무엇보다 누가 더 우세했는지 파악했습니다. 한마디로 줄을 잘 선 거죠. 일본이 영국, 미국과 일찌감치 통교하며 그들의 문물을 받아들여 국력을 증강시킨 일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반대로 조선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힘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하늘을 찔렀죠. 그렇게 균형자 노릇하며 시간만 허비하다가 약이 오른 일본에게 명성황후가 시해를 당하고 맙니다. 일본이 무식했습니다. 하지만 그 무식한 도발도 자신감이 있었으니 감행할 수 있어던 것입니다. "너희들이 그렇게 말을 안들으면 좋아, 쓴 맛을 보여주겠어" 이게 한계치에 다다른 강자의 최후 선택임을 역사가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일본의 눈에 조선은 그렇게 때려 죽여도 찍소리 못하는 파리처럼 나약해 보였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일본만 욕해야 할까요?
을미사변 이후,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몸을 피합니다. 그 유명한 '아관파천'입니다. 이 선택이 조선의 운명을 가릅니다. 결정적 실수였죠. 고종은 자신의 선택이 나라의 운명을 어떻게 가를지 몰랐겠죠. 서구열강의 세력 간 경쟁에서 누가 더 쎈지 약한지도 가늠하지 못한데다 왕비가 죽은 일로 적개심만 불타올랐을 겁니다. 고종의 아관파천으로 러시아와 적대관계에 있는 영국은 크게 실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러시아의 목적이 뭔지 말해줘도 믿지 않고 러시아 품에 안겨버린 조선의 고종을 영국은 바보 멍청이라고 봤을 겁니다. 그 이후 영국은 일본을 일방적으로 후원하며 러시아를 견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고종도 일본처럼 정확한 정보를 얻고 바른 선택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와 영국의 대결구도에서 이익을 극대화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패배자가 된 것입니다.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는 것을 보고도 왜 일본을 닮을 생각을 못했는지 한심할 따름입니다. 고종의 아관파천 이후 조선은 더 불리한 상황으로 내몰립니다. 얼마 후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함으로써 경쟁자를 모두 물리친 일본이 조선을 강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조선을 병탄한 일본은 이후 만주까지 세력을 확장합니다. 러시아가 두려운 청나라가 만주 개발권을 일본에 주고는 일본을 불러들였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게 만주에 무혈입성한 일본은 잠시후 본색을 드러냅니다. 만주를 넘어 중국대륙 깁숙히 남하한 것이죠. 이제 일본은 서구열강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의 나라가 아니게 됩니다. 일본의 급성장에 제동을 걸어야 할 필요를 느낀 영미제국은 일본에 수출하던 원유를 끊어버립니다. 일본은 그래서 자원획득을 위해 동남아시아를 침공하기에 이릅니다.
만약, 조선의 고종이 지혜로와서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는 일에 일찌감치 영국에 협조하여 조력을 얻어냈다면 국력을 신장시키는 것이 더 수월했을 겁니다. 영국의 의중을 간파하고 영국이 일본을 일방적으로 지원하지 않기 위해 경쟁했다면 일본이 조선을 넘어 만주를 먹고, 중국 대륙까지 남하할 만큼 무모한 짓은 못했을 겁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합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외교는 잘 하고 있는 겁니까? 필자는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 마치 조선의 고종처럼 보입니다. 당시 러시아와 영국 간 큰 세력 싸움이 있었다면 지금은 중국의 팽창에 맞서 이를 봉쇄하려는 미국이라는 세력 싸움이 존재합니다. 당시 영국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일본과 조선을 아군으로 두려 했던 것처럼 미국은 현재 일본과 대한민국을 아군으로 두어 중국을 견제하려 합니다. 만일, 이 상황에서 과거 고종처럼 한국이 중국의 품으로 안겨버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고종의 아관파천으로 실망한 영국이 일본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서 동북아를 관리하게 했던 것처럼 지금의 미국은 일본을 전폭적으로 지원하여 중국을 견제하려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일본의 아베는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것이고 말입니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북핵문제에 매몰된 나머지 국제정치바둑을 너무 협소한 시야로 보고 있다면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전쟁만은 기필고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몸부림이 친중사대외교라면 그건 구한말 조선의 운명을 가른 고종의 '아관파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명성황후의 죽음에 이성을 잃고 고종은 정치바둑에 있어서 절대로 두어서는 안되늘 수를 두고 말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떻습니까? 위안부 문제로 일본을 향해, 그리고 일본의 잘못에 침묵하는 미국을 향해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행동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현재 맹목적 반일에 눈이 멀었습니다. 그리고 반일은 반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데자뷰같습니다. 일본의 만행에 눈이 먼 고종이 아관파천이라는 악수를 뒀던 것과 똑같은 짓들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필자는 문재인 정부와 국민에게 목놓아 외칩니다. 반일까지는 인정해도 그것이 반미로 이어지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과거처럼 미국은 일본을 전폭적으로 지원하여 군사강대국으로 부활하고 동북아의 중심국가라는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왜 그 자리를 일본에게 내 주려 하십니까? 미중 간의 긴장관계를 이용해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하기보다 반대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급기야 경제보복을 당할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다시 말하지만, 맹목적인 반일이 선을 넘어 반미까지 이어진다면 그것은 일본을 더 이롭게 하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짓입니다. 미국과의 신뢰관계가 깨어져 미국의 동맹국의 지위를 잃게 된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그 날로 끈떨어진 연신세가 되고 맙니다. 그러면 중국이 보기에 남한이 어떻게 보이겠습니까? 끈떨어진 연은 그냥 밟아서 주어 담는 일만 남은 겁니다. 제발 정신들 차리십시오. 이러다가 중국이나 일본에 먹힐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과거 일본이 급성장하여 괴물처럼 아시아를 집어 삼킨 이유가 무엇입니까?
피해 당사국들의 시각으로 보면 일본은 자기 이익 만을 아는 비열하고 잔인한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보겠지만 그것은 패배자들의 생각입니다.
냉정히 말해 일본이 급성장한것은 그들이 지극히 지혜로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와 아시아를 무력으로 집어 삼킨 것은 그래도 될 만큼 우리 힘이 미약했기 때문이며, 일본이 급성장하지 못하도록 주변 나라가 함께 경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무능과 게으름을 탓해야지 언제까지 남탓만 할 겁니까? 정의요? 아무리 정의를 외쳐봐야 강자들의 귀에는 정의는 약자들의 푸념으로 들릴 뿐입니다. 이게 국제관계에서 통용되는 진리입니다. 언제까지 공자왈 맹자왈 하며 경전을 외울 겁니까?
미중간의 갈등상황에서 우리는 다른 한쪽에서 일본과 경쟁해야 합니다. 일본 대신 우리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중국을 견제하면서 때가 이르러 중국을 해체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 더 큰 이익을 챙겨야 합니다. 중국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남북통일을 이루고 만주고토까지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전략만이 한반도에서 전쟁없이 우리 국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에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겁니다. 이 땅에서 전쟁을 막는다면 그게 최선 아닙니까?
약소국이 강대국 사이에서 생존을 넘어 굴기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입니다.
강대국을 이용해 또 다른 적대적 강대국을 부수고 그 이익을 나누는 것.
삼국시대 말기의 신라가 그래서 성공했고, 구한말 일본이 그래서 성공한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방중기간 중국을 가장 큰 산으로 비유하고 우리 스스로를 낮췄습니다. 게다가 미국이 제일 싫어할 3불 원칙을 표명했습니다.
이것이 과거 비운의 고종이 저지른 실수, 현대판 '아관파천'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아고라에서
아지랭이가...